2016-08-15

책소개-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최세진 옮김 )

 이 책은 SF문학의 대가 중 한 사람인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소설, 'Have Space Suit-Will Travel'의 한글 번역본입니다. 사진은 출판사 아작에서 출간한 판본의 겉표지인데요, 이미 1996년 '은하를 넘어서'라는 제목으로 번역본이 출간된 적 있지만 가장 최근 판본은 이 책이라서 위 사진을 가져와 보았습니다.
 작가인 로버트 하인라인은 해군의 항공공학 관련 민간 연구원으로 참여했던 독특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우주복 있음, 출장가능'에서 빛을 발해 우주복에 대한 설명이나 여러 과학/공학 관련 설명 부분에서 사실적인 기술을 가능하게 해 주었고요.

줄거리: 비누회사 슬로건 공모전에서 오래된 우주복을 받게 된 주인공 '킵'은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우주복을 혼자서 작동 가능한 수준까지 수리할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어느 날 뒤뜰에서 우주복을 입고 돌아다니다가 무선통신에 갑자기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잡히더니, 정신을 차린 뒤에는 우주 해적의 포로가 되어 우주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게 되는데...의도치 않게 '인류 대표'가 된 킵과 피위의 운명은?

사실 이 책의 한글 번역본이 최근에 나온 거지 처음 출간된 해는 무려 1958년, 그야말로 SF의 초창기였습니다.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결말 부분이나 '우주 해적' 등 몇 가지 설정은 좀 고전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말 그대로 SF문학의 고전으로서, 한 번 쯤은 영어로든 한글로든 읽어볼 만한 책인 것 같습니다.

이 블로그는 과학/수학 블로그이니, 그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야겠죠.
개인적으로 전 공대생 타입은 아니라서... 우주복의 여러 가지 기능이나 우주선의 구조 같은 것엔 별로 흥미가 생기지 않더군요. 제가 이 책에서 과학에 관련되어 소개할 만한 내용 중 가장 관심있게 본 내용은 바로 이것입니다.

>>먼 우주를 빠르게 이동하는 방법: 공간 접기
 피위가 믿고 의지하는 외계인인 '엄마생물'은 태양에서 비교적 가까운 항성인 '베가'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의 종족입니다. 베가인들은 인류보다 월등히 발달한 과학기술을 가지고 있어 명왕성에서 베가까지 약 25광년의 거리를 고작 몇 분 만에 이동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질량이 있으면서 빛보다 빠른 물질은 없죠.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서는 질량을 가진 입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할수록 질량이 무한대로 커져 더 가속하는 데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빛보다 빠른 물질이 불가능하니까요. 물론 많은 과학자들이 '타키온(tachyon)'이라는 이름까지 미리 붙이고 '빛보다 빠른 물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2011년 9월,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에서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를 관측했다고 발표했지만 오류로 밝혀지는 소동도 있었던 만큼 이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일단은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정설인 만큼 시간여행은 불가능하다고 해야 합니다. 그럼 베가인들은 도대체 어떻게 그 먼 거리를 단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을까요? 바로 '공간 접기'를 이용해서였습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도 등장했고 일반적으로 가장 쉽게 설명하는 방법은 바로 종이를 접어보는 것입니다. 아무 종이나 준비하고, 그 위에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 두 개의 점을 찍습니다. 종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 공간이고 각각의 점은 출발점과 도착점이라고 가정합니다. 이때, 단순하게 종이 위에서 두 점을 연결하면 최단거리라고 할지라도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됩니다. 하지만 두 점이 만나도록 종이를 접으면 불필요한 이동거리 없이 바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웜홀'입니다. 웜홀은 블랙홀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니 모든 것을 내뱉는 '화이트홀'도 있을 것이고 또 그 둘을 잇는 길, 즉 '웜홀'도 존재할 것이라는 상상에서 생겨난 것입니다. 물론 화이트홀과 웜홀의 존재는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우주를 연결할 수도 있다는 개념에서 우주를 배경으로 한 많은 공상과학 소설에서 쓰이고 있지요.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는 이미 만들어진 웜홀을 통해 다른 우주 공간으로 탐사를 나가지만,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에서의 베가인들은 직접 우주를 접어 이동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가능하다면 우주 탐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지구 주위를 도는 우주망원경에 의한 대략적인 정보 수집이 아닌, 사람이 직접 먼 우주로 나가 조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참고) [네이버 지식백과]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모래시계 - 우리도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 (해리포터 사이언스, 2014. 12. 19., 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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