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10

<오래된 연장통> 책 서평

<오래된 연장통> -전중환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새로운 분야인 진화심리학은 간단히 말해 인간의 마음이 설계된 목적에 대해서 연구하는 분야이다. 심리학이라는 말 때문에 진화심리학은 심리학 쪽으로 여겨지고는 하는데, 이는 심리학보다는 생물학에 가까운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언뜻 보기에는 단순하게 보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분야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많고 전문적인 배경지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현재 교육에서 강조되는 통합형 교육과 비슷하다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마음이 진화적으로, 즉 자연 선택과 성 선택으로 만들어졌다는 관점으로 인간의 많은 심리 기제들이 어떤 근원을 가지고 있는지를 연구하며 진화 생물학과 신경과학, 이외 생물학과 화학 등에도 관련이 있는 폭넓은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진화심리학을 접했고, 진화심리학에 커다란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이 나의 꿈을 조금 더 자세히 그리게 해준 길잡이의 역할을 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나는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이 책은 진화심리학을 처음 접한 사람들에게 정말 적합한 책이다. 스물 한 개의 흥미로운 주제들을 가지고 진화심리학에 대해서 소개해주고 있는데, 주제 하나 하나 그 동안 내가 정말 고민하고 어렸을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들이었기 때문에 읽는 내내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진화 심리학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 중에 하나를 소개하는 것이 가장 빠를 것이라고 생각해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워하고 충격을 받았던 주제를 소개하려고 한다.

 먼저 이 책 전반에 등장했던 남녀의 성차에 대한 이야기이다. 진화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남성과 여성에게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남녀의 성 역할에 따라 진화하면서 서로 다른 적응적 문제를 풀어야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진화적인 차이에 비롯되어 성차가 나타난 상황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남자들이 더 성관계를 많이 하려는 이유는 번식 성공도에 비례한다고 한다. 남자는 자신이 자식을 남길 수 있는 확률은 성관계 상대의 수에 비례하기 때문에 이름 바 원나잇을 많이 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반면에 여자는 직접 아이를 기르고 임신이라는 부담이 있으며 평생 낳을 수 있는 자식들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성관계보다 자식들을 안정적으로 키우기 위한 자원을 중요시 여긴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점이 여자와 남자의 심리적인 차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심지어 남녀가 평균적으로 다르게 나타나는 능력 또한 수렵, 채집시대의 남녀의 업무분담을 통해 설명될 수가 있었다. 남자는 평균적으로 힘이 세고 육체적으로 여자보다 강했기 때문에 주로 낚시와 사냥을 맡았으며 자식을 낳고 길러야 하며 신체적으로 약한 여자들은 채집을 맡았다. 그리고 그 때문에 여자와 남자는 공간탐지능력이 서로 다르게 진화하게 되었다고 한다. 남자들은 사냥감을 잡으려면 멀리 나가야 하며 가장 효율적으로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해야 하므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자신의 주위를 입체적으로 생각해 길을 찾는 능력이 발달했으며 지형지물보다는 좌표계를 통해 길을 찾는 능력이 발달했고 여자들은 채집과 관련해 공간탐지 능력이 발달했는데, 이 때문에 사물의 배치 등을 신경 써야 했으므로 지형지물을 보고 길을 찾는 능력이 발달했다. 이처럼 진화심리를 통해서라면 우리가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었던 사람의 심리에 대해, 그 심리가 만들어진 이유에 대해 알 수 있게 된다. 허나 이 때문에 진화 심리학이 남녀의 차별을 정당화 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화 심리학자들은 남녀의 차이가 있다는 것은 동의 하지만, 남녀의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남녀의 차별을 일으키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페미니즘에 관심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이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건지에 굉장히 민감하게 보며 읽었지만, 이들은 남녀의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일 뿐 남녀가 구별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하지 않았다.

 나는 오히려 이러한 남녀의 차이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남녀의 차별이 왜 일어났는지, 어떻게 하면 서로 합의점을 찾아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페미니즘 운동에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다음으로 정말 예전부터 궁금했던 질문이 있었다. 왜 우리는 예술작품을 보면서 아름답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일까? 이 문제를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주제는 아니지만 이와 관련된 내용 중에 나에게 굉장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준 내용들이 있었다. 제이 애플턴의 조망과 피신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이 남에게 노출되지 않고 밖을 볼 수 있는 곳을 선호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사람은 어떤 공간의 한복판보다는 언저리를 선호한다. 그리고 이것이 카페를 가면 내가 왜 가장자리를 좋아하는 지 설명해주었기 때문에 굉장히 놀라웠다. 또한 자연에 아름다움을 느끼는 이유는 잡식성 영장류인 인간이 진화하면서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던 특정환경을 찾아가게끔 그 환경에 느끼게 되는 긍정적인 정서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이유라고 했다.

 완벽하게 내가 원했던 주제에 대한 대답은 아니었지만 후에 내가 이를 연구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하기는 충분한 주제였으며 이렇게 참신한 아이디어로 이런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그리고 놀라움의 연속이었던 이 오래된 연장통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후에 진화심리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했다. 그리고 진화심리학을 연구하기 위해서 생물이나 심리학에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다양하고 깊은 배경지식들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이 진화 심리학 같은 통섭형 학문들이 흔히 문학이라고 말하는 과목들과 이과라고 말하는 과목들을 연결해줄 수 있는 학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예를 들어 나는 심리학, 문학, 예술과 뇌과학, 생물, 화학 모두 좋아하고 관심 있어한다. 허나 언젠가는 모종의 이름을 가진 하나의 분야로써 이 모든 것들이 하나로 뭉쳐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 말 그대로, 나는 진화심리학을 소개받음으로부터 모든 학문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내가 진화심리학이 모든 학문의 정점이라는 뜻은 아니다. 각각의 학문은 모두 쓸모가 없는 학문이 아니며 한 사람이 모든 학문을 전문가처럼 배우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진화심리학만이 중요한 학문이라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문들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오랫동안 연구해온 자료들을 토대로 언젠가는 하나로 모이게 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한 이러한 과정이 지금은 진화심리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이 되어있기는 하지만 나는 이 포장을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화심리학 등이 보여주고 있는 통섭형 학문들을 보았을 때, 나는 학문들이 하나로 뭉쳐질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믿는다. 이 책은 아직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들이나 근거들의 취약한 부분들이 많이 있다. 나는 언젠가 이러한 부분들이 모두 채워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내가 이러한 많은 교훈을 얻었던 이오래된 연장통은 나와 같이 통섭형의 공부를 하고 싶거나 흥미가 있는 사람들이 본다면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될 것이고 앞으로의 진로나 공부하고 싶은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알게 될 것 같아 소개시켜주고 싶고, 과학에 흥미가 없고 아무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알기 쉬운 내용으로 풀어 썼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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